Penny & Ashley(terminal2 duty free shop info).JPG

 

내가 Penny와 Ashley를 만나게 된 것은 순전히 까다로운 나의 식성 때문이었다. 나는 해산물은 즐겨먹기에 채식주의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밖의 육류는 전혀 입에 대지 않는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물론이요 닭고기도 전혀 안 먹으니 다른 생소한 고기류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까다로운 식성 탓에 해외 여행 중 식사를 할 때에는 약간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들을 만났을 때도 바로 그런 상황이었었다.

 

약 한 달간에 걸친 태국과 라오스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목에 경유지로 타이완의 타오위안 국제공항에 몇시간 머무르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마침 점심 식사 시간이었는데, 내가 내린 2 터미날 청사 안에는 식당도 몇개 없었을 뿐만 아니라,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음식이라곤 간단한 샌드위치 이외에는 파는 곳이 없었다. 아침도 부실하게 먹었기 때문에 점심마저도 간단한 샌드위치로 때우기가 정말 싫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면서 2 터미날 청사 안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그때 안내원 복장을 한 두 명의 예쁜 아가씨가 눈에 띈다. 그들이 바로 Penny와 Ashley였다.

 

그날 따라 따근한 국물에 면발이 굵은 우동 한그릇이 몹시 땡겼었는데, 문제는 국물이었다. 고명이야 육류를 넣지 말아달라고 하면 되겠지만, 국물만큼은 전혀 육수를 사용하지 않는 곳이 드물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녀들에게 다가가, 나의 입장을 간략하게 설명한 다음에, 국물도 육수를 사용하지 않는 국수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공항 안에 있는지 물어봤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녀들은 2 터미날 청사 안에 있는 면세점의 안내원들이었기 때문에, 그건 그녀들의 고유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나의 질문에 답해주기 위해서 공항 터미날 안에 있는 모든 음식점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런 식당을 찾는 일은 역시 쉽지 않았다. 열통도 훨씬 넘는 통화를 했는데도 그런 식당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너무 귀찮은 부탁을 한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좌불안석인데도 그녀들은 전혀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확인 전화를 계속 걸었다. 중간에 그런 식당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들은 아마도 공항 전화번호부에 등재되어 있는 모든 식당에 빠짐없이 확인 전화를 했을게 분명해보였다.

 

그러던 중, 통화를 하던 Penny의 목소리 톤이 갑자기 환하게 바뀌는 것을 느꼈다.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나로서도, 드디어 그런 식당을 찾아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통화를 끝낸 그녀는 1 터미날 청사 안에 국물도 전혀 육수를 사용하지 않는 국수류를 파는 식당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하면서, 공항 안내 지도 한장을 꺼내더니 그 위에 찾아낸 식당의 이름과 위치를 붉은색 싸인펜으로 표시한 다음에 내게 건네주면서 그곳까지 찾아가는 방법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그녀들 덕분에 정말로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채소가 듬뿍 든 시원한 국물에 어른 손가락 굵기만큼의 굵은 면발로 된 우동이었는데, 정말로 맛있었으며 값도 우리나라 돈으로 1만원이 채 안되었던 걸로 기억된다.

 

점심을 먹고난 뒤 2 터미날로 돌아와서, 고맙다는 인사도 전할 겸 해서 다시 그녀들에게로 갔다. 마침 그녀들도 한가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녀들과 사진도 찍고 잠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영어 이름이 각각 Penny와 Ashley라고 자신들을 소개했고, 나중에 사진도 전해줄 수 있도록 이메일 주소도 교환했다.

 

위 사진 중 오른쪽에 있는 아가씨가 Ashley인데, 그녀는 인천에 있는 인하대학교에서 6개월간 어학연수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약간의 한국말도 할 수 있었는데, 그녀는 어눌한 몇마디 한국말도 해보이면서 한국인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다.


왼쪽에 있는 Penny는 사진이 별로 안나왔지만 실물로 보면 정말로 인형처럼 예쁘고, 목소리도 꾀꼬리가 부러워할 만큼 낭랑하고 맑았다. 그녀는 내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는, 아시안게임 때 태권도 승부 문제로 한국과 타이완의 사이가 나빠질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때 나는 여행 중이라서 뉴스를 제대로 못보고 다녀서 모르고 있었는데, 당시 중국 광조우에서 열리고 있던 아시안게임 태권도 경기에서 타이완의 여자 태권도 선수가 심판의 불공정한 판정으로 한국 선수에게 패배를 했고 그로 인해 타이완에서 태극기를 불태우는 등 격렬한 반한 시위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그로 인해, 한국과 타이완의 사이가 나빠질까봐 그것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일부 다혈질적인 사람 중에 흥분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겠지만 대부분의 한국 국민들은 그런 일로 한국과 타이완의 사이가 나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 자신도 타이완을 여행하면서 친절하고 정직한 많은 타이완 사람들을 만나서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그것을 많은 한국인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Penny도 타이완과 한국이 좋은 친구로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란다고 말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타이완에 도착한 첫날부터 정직함과 친절함으로 나를 감동시켰던 타이완 사람들은 귀국하는 마지막날까지도 특유의 친절함으로 '타이완은 정직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라는 인상을 나에게 깊이 각인시켜주었다. 여기에 다른 분들의 타이완 여행기에서 읽은 것 중에서 공감이 가는 타이완 사람들의 덕목으로 '검소'와 '근면'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타이완 사람들의 덕목을 종합해서 나는 타이완에 대해서 이렇게 규정하고 싶다: '정직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검소하고 부지런하게 살고 있는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