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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 인도는 움푹 들어간 땅이었다. 그곳에 가면 깊어진다고 생각했다. 후미진 곳으로 흘러가는 것, 몸을 불편하게 하고 마음을 덜어내는 것이 인도 여행의 전부인 줄 알았다. 인도의 북서부에 위치한 라자스탄 주에서 8박10일을 보내는 동안 또 다른 인도를 만났다. 네 가지 화폭에 담긴 도시 속에서 순수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과 자연스레 섞였다. 마치 물감이 스며들 듯, 잎이 물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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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중세 도시이자 타르 사막(Thar Desert)의 관문인 조드푸르. 그곳에서 찍은 사진들을 꺼내 보니 모든 컷에 파랑이 묻어난다. 살구빛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파랑 계단이, 하늘을 올려다보면 파랑 벽들이, 과일 리어카가 서 있는 바닥도 파랑이었다. 무엇보다 도시의 랜드마크인 메헤랑가르 성에서 바라본 조드푸르의 구시가지는 눈이 시리게 푸르렀다.

 

조드푸르의 상징

메헤랑가르 성 Mehrangarh F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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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금빛의 거대한 성이 보이기 시작하면 조드푸르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높이 125m 바위 위에 세워진 성은 멀리서도 단연 눈에 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은 천사나 요정, 거인이 메헤랑가르 성을 만들었을 거라며 감탄했다.

1459년 라오 조다(Rao Jodha)에 의해 세워진 성은 그의 권력을 드러내고자 성의 이름을 ‘태양성’이란 뜻으로 지었다. 성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7개의 문을 지나야 한다. 이렇게 문이 겹겹이 많았던 이유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함이었으리라. 10여 분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면 마지막 문인 로하 폴(Loha Pol)에 닿게 된다. 왼편에서 여러 개의 핸드프린팅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인도판 열녀문이라 불리는 사티(Sati)다. 남편의 시신을 화장할 때 아내도 함께 장작더미 속으로 들어가 분사했다는 증거다. 그 흔적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편이 씁쓸해진다. 문을 지나면 궁전을 개조해 만든 박물관이 등장한다. 이곳에서는 화려한 접견실인 모티 마할(Moti Mahal)이 볼만하다. 금으로 장식된 실내는 더없이 고급스럽고 스테인드글라스 창은 황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박물관을 나와 위쪽으로 걸으면 너른 공터가 나온다.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성 끝에 있는 하얀 지붕의 사원까지 가보자. 그곳에서 조드푸드의 블루시티를 바라보면 그 잔상이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주소_The Fort, Fort Rd, Jodhpur, Rajasthan
전화_(+91)-291-254-8790
운영시간_09:00~17:00
입장료_400루피(촬영비 100루피), 오디오 가이드_무료

 

호수에 비친 새하얀 건물

자스완트 타다 Jaswant Th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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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이 아름다운 기념관.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순백의 건축물은 그 자체로도 고귀해 보인다. 호수는 왕족의 화장터였던 곳. 바로 앞에 있는 기념관은 정교한 문양의 돔을 얹은 샤트리(Chhatri)라는 인도의 전통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공사 중이라 조금은 번잡하지만 꽤 넓은 영국풍 정원엔 정갈하게 가꾼 꽃나무들이 자리하고 있다. 메헤랑가르 성을 둘러보고 잠깐 들러 산책하기 좋다. 기념관에서 만나는 악사의 연주는 꽤 낭만적이고 화사한 사리를 두른 인도 여자들은 하얀 건물과 잘 어울린다. 매표소 옆에 있는 단 위에서 바라보는 조드푸르 풍경도 놓치지 말 것. 안개 낀 날이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찾아가는 법_메헤랑가르 성에서 도보 20분
전화_(+91)-291-254-5083
운영시간_09:00~17:00
입장료_30루피 (촬영비 25루피)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골목

블루시티 Blue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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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헤랑가르 성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파란 점묘화 같은 구시가지를 블루시티라 한다. 이곳이 블루시티가 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카스트 제도는 네개의 계급 즉, 정신적•사회적 지도자인 브라만과 정치와 군사력을 맡는 크샤트리아, 생산활동을 하는 바이샤, 다른 계층을 떠받치는 수드라 계급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브라만 계급이 자신의 집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파란색으로 칠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지인의 말에 따르면 파란색이 시원해 보여서, 또는 모기를 쫓는 데 효과적이어서 칠했다고 한다. 또 하나, 영화 [더 폴(The fall)]의 촬영지로 선정된 후 스태프들이 붓칠을 한 것이 블루의 면적을 넓혔다는 후문도 있다. 도시가 파란색이 된 정확한 사연은 알 수 없지만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예쁜 마을인 건 확실하다. 위에서 보면 다양한 사각형 모양의 고만고만한 집들이 점점이 펼쳐져 있다. 파랑도 다 같은 파랑이 아니다. 바다에서 뽑아낸 블루, 하늘에서 훔쳐온 블루, 우주 깊숙한 곳에서 구해온 블루 등 이 세상 모든 블루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좁은 골목을 헤매듯 걸어 들어가면 파랗게 칠해진 벽 사이로 동그란 눈을 가진 아이들도 만날 수 있다.

찾아가는 법_메헤랑가르 성 뒤편

 

가장 인도다운 풍경

사다르바자르 Sadar Baza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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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여행하든지 가장 복잡한 곳과 가장 고요한 곳을 찾게 된다. 사다르바자르는 인도 여행길에서 가장 복작거리는 곳이었다. 1912년에 세워진 시계탑을 중심으로 퍼져 있는 시장은 현지인과 여행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핫스폿. 쉴 새 없이 삑삑거리는 릭샤와 느린 걸음으로 어슬렁거리는 소도 시장의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하얀 꽃다발처럼 생긴 브로콜리, 잘 다듬어진 고운 빛깔의 당근, 알록달록한 향신료 등이 시장 곳곳에 넘쳐난다. 전자저울도 있지만 오래된 손저울도 만날 수 있는 반가운 곳이다. 어두워지면 은장신구나 가죽신발, 그릇을 파는 노점상이 가세해 활기를 돋운다. 블루시티를 돌아보고 사다르바자르로 가는 길에 오토 릭샤를 타고 조붓한 골목길을 달려보길 권한다. 스펙터클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찔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찾아가는 법_조드푸르 역에서 북쪽으로1.5km

 

Editor’s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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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믈렛 숍 Omelette Shop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소문난 블루시티의 명물. 30여 년 동안 이곳을 지켜온 주인장의 요리 솜씨는 아무도 따라올 자가 없어 보인다. 작은 컵에 달걀 두 개를 섞은 뒤 세월이 느껴지는 무쇠 프라이팬에 척 얹는다. 양파, 고수 등 토핑을 솔솔 뿌리고 솜씨 좋게 접은 오믈렛을 잘 구운 식빵 사이에 끼워 넣으면 완성. 오믈렛보다는 토스트에 가까운 모양새다. 가격은 치즈, 버터, 감자 같은 재료의 혼합 정도에 따라 30~70루피 정도.

찾아가는 법_사다르바자르 시계탑 북문 입구
운영시간_08:00~22:00
가격_플레인 오믈렛 30루피, 마살라 버터 치즈 오믈렛 45루피, 프라이 에그 30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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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샤나 북 디팟 Krishna Book Depot
다양한 언어의 책들과 소장하기 좋은 엽서, 사진, 다이어리 등을 구입할 수 있는 헌책방 겸 기념품숍. 라자스탄 풍경은 물론 인도 전역 유명 유적지 사진도 살 수 있다. 2층에는 손때 묻은 책들이 꽂혀 있기도, 쌓여 있기도 한 익숙한 풍경이 펼쳐진다. 여행책, 예술 서적,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날 수 있는 곳.

찾아가는 법_사다르바자르 시계탑 북문 입구, 오믈렛 숍 건너편
운영시간_10:30~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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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라자 스파이시 Maharaja Spices
그린커리, 치킨커리, 남부 인도 커리 등 재료도 지역도 다채로운 커리가루를 구할 수 있는 숍. 홍차의 왕국답게 다양한 티도 있으니 선물용으로 구입하기에도 좋다. 녹차, 자스민티, 아삼티는 물론 열대과일로 만든 키위티, 구아바티 등도 판매한다. 한 팩당 150~250루피. 시음까지는 아니더라도 향을 비교해보며 골라볼 것.

주소_사다르바자르 시계탑 북문 근처 Shop No. 224
운영시간_10:3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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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에이비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