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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이 바빠졌다. 한국인을 불러 모으는데 민관이 합심했다. 새로운 하늘 길도 열어 두었다. 유일한 연결 고리였던 인천공항에 김포를 더했다.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는 자유여행자들을 위한 만반의 준비도 해 두었다. 그리고, 그러한 분주함의 중심에는 타이완의 최대 도시인 ‘타이페이’가 있다.

 

균형과 조화의 미덕을 갖춘 도시, 타이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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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먼띵에서 만난 빙수가게. 망고가 대표적이지만 그 이외에도 다양한 과일들이 재료로 사용된다.
2. 낙서가 인테리어 역할을 했던 어느 빙수 가게의 내부. 다녀간 수많은 한국인들의 낙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3. 타이페이의 필수 먹거리인 망고빙수. 입이 얼얼한 정도의 시원함과 듬뿍 넣어 준 망고의 달콤함이 흐뭇한 조화를 이룬다.

 

타이페이의 키워드는 다양성과 조화이다. 중국 본토에서 쫓기듯 이주할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장제스 정부를 따라 바다를 건너 타이페이로 밀려 들었다. 출신과 지역이 뒤섞였고 이것은 필연적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불러왔다. 하지만 타이페이 시민들은 그 안에서 균형을 잃지 않았다. 각자의 전통과 관습을 묵묵히 보전하면서도 타이페이의 발전을 위해서는 쉽게 하나가 되었다. 그런 배경은 도시의 분위기부터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좌우했다.

 

버리기 보다는 고쳐서 쓴다

타이페이의 분위기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낡았다.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서울과 마찬가지로 디자인시티를 꿈꾸는 타이페이다. 미적 감각을 고려한다면 좀 더 세련된 모습을 지향하는 게 마땅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기존의 것은’ 버리기 보다 고치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사용할 수 없다면 보존하는 쪽을 택했다. 외면보다는 내실을 따졌다. 대신에 완호완 지역에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101빌딩(혹은 타이페이 국제금융센터)을 세웠다. 그 인근은 현대화 된 모습으로 집중 개발했다 그러는 가운데 도시의 균형이 어느 정도 맞춰졌다. 덕분에 타이페이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모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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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성 유우임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매정'의 내부. 기품과 힘이 동반된 서체가 인상적이다.

베이터우 문물관에 전시중인 박 공예품.

  

타이페이의 북부 ‘베이터우(北投)’는 유황냄새 진동하는 온천마을로 유명하다. 일제시대에는 일본인들로부터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당시의 흔적들을 문화자원으로 보존해 두고 있어 흥미롭다. 특히 베이터우 온천박물관은 일본 식민지 시절에 지어진 건물로 일본과 서양식이 우아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시선을 끈다. 최초의 목적은 일본인과 소수의 타이완 고위 관리들을 위한 대중온천탕이었다. 그 후 베이터우 지역의 협동조합 건물로 사용되다가 지금의 박물관이 되었는데, 1층과 2층을 거닐며 베이터우의 지형적 특징과 온천 발전사를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인근에 위치한 베이터우 문물관은 타이완의 민속 예술품과 수공예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1921년 건축된 일본식 목재건물로 외관만 보면 마치 일본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과거에는 베이터우 최고의 온천여관으로도 명성이 자자했는데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자살특공대인 ‘카미가제’가 생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도 했다고... ‘매정(梅廷)’은 타이완에서 대 정치가이자 기자의 아버지로 존경 받고 있는 ‘우우임’이 즐겨 찾았다고 하여 유명해진 장소이다. 베이터우 온천박물관과 마찬가지로 일본식과 서양식이 혼재된 건축 스타일인데 이는 베이터우 초기의 호화주택양식이라고 한다. ‘초성’이라고도 불릴 만큼 초서에도 능했던 우우임의 친필과 고즈넉한 정원이 어우러져 단아한 매력을 풍긴다. 베이터우 도서관은 ‘일본풍 역사적 건물’들 일색인 베이터우에서 그야말로 보석 같은 존재. 자연 채광을 위해 건물 전체를 대형 윈도우로 장식하고 태양열을 이용해 전기를 공급하는 그야말로 친환경 건축물로 타이페이의 자랑거리다.

 

목재를 주재료로 사용한 건물의 외관은 주변의 우거진 수풀과 어울려 마치 ‘숲 속의 대형 오두막’과 같았는데 이와 같은 디자인 감각은 세계 25대 아름다운 도서관으로도 인정받았다. 고급 카페를 연상케 하는 내부는 이용객들로 가득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그들 중 상당 수가 아직 중학생 미만의 아이들이었다는 점. 어린 나이임에도 책을 사랑하는 습관이 베인 그들의 진지한 시선을 보면서 ‘타이완의 미래는 밝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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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서양의 건축양식이 혼재된 베이터우 온천박물관의 모습.

 

타이페이의 명동, 시먼띵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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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시의 자랑인 베이터우 도서관의 내부모습.

 

시먼띵 거리는 타이페이 시에서 형성된 최초의 보행자 거리로 타이페이의 ‘젊음’을 대표한다.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스타들의 사인회나 콘서트 등이 수시로 열려 언제나 현지 젊은이들로 북적거린다. 쇼핑의 메카이기도 하다. 완니엔, 라이라이, 청핀같은 대형쇼핑몰은 물론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샵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문신거리나 극장가처럼 골목마다 지닌 다양한 컨셉트는 마치 시간도둑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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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먼띵에서 절대로 빼놓으면 안 되는 재미중의 하나. 그것은 바로 거리음식 맛보기.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이 건물이 바로 시먼띵의 랜드마크인 서문홍루다.

  

하나하나 눈 여겨 보다 보면 어느새 주어진 시간이 뚝딱. 노천카페와 길거리에 널린 먹거리 또한 시먼띵의 자랑거리. 특히 시먼띵의 필수 방문코스라는 서문홍루로 가는 길에 접했던 망고빙수와 버블 티의 그 달달한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시먼띵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한 ‘화산 1914 창의 문화원’. 최근 타이페이 시민들에게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곳인데 버려진 가치의 재발견이라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곳은 일제 시대 지어져 양조장으로 사용되다가 약 10년간 방치되어 있던 건물을 재활용한 곳이다. 페인트와 외벽이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모습에 과거 얼마간 ‘버려져 있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낡은 외관은 흉하기보다 ‘빈티지’한 멋을 뽐냈다. 내부 역시 곳곳이 헐어 있거나 낙서투성이. 이 역시 은은한 조명을 갖춘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어울려 묘한 생명력을 자랑했다.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탄생하기 위해 아직도 부분 수리를 진행 중이지만 사진의 포인트가 많아 결과물이 꽤 만족스러운 곳이니 꼭 한번 찾아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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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잘 꾸며진 고궁을 연상케 하는 타이페이 충렬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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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가진 현지인들을 유독 많이 만나게 되는 화산 1914 창의 문화원. 버려진 양조장을 재활용한 이곳은 아기자기한 사진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놓치지 말도록.

 

미생미사(味生味死), 타이완을 대표하는 왕핀, 딘타이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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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딤섬의 자존심인 딘타이펑. 미슐랭이 인정한 맛은 물론, 찾은 사람 기분 좋게 만드는 직원들의 화사한 미소와 서비스는 엄지손가락 감.

 

하루 네 끼 먹는 문화를 가진 타이완인들의 음식에 대한 열정은 둘째 가라면 서럽다. 때로는 그 열정이 너무 대단해 집착으로까지 보인다. 어쨌든 그러한 음식사랑은 타이완을 음식천국으로 만들었고 ‘타이완의 맛’을 찾아 방문하는 식도락가들도 매년 그 수가 엄청나다. 특히 중국 26성의 음식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장점에 인근 홍콩, 싱가포르, 중국 여행자들이 러쉬를 이룬다. 뉴욕타임즈 선정 ‘세계의 10대 식당’ 가운데 하나로 선정된 딘타이펑은 그러한 타이완 음식의 명실상부한 대표주자다. 실제 타이페이의 어느 딘타이펑 매장을 방문해도 문전성시는 기본. 대기 번호표를 받고 가까운 서점에서 시간을 보낼 정도다.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탓에 딘타이펑의 직원들에게는 최소 하나 이상의 외국어 회화가 기본 덕목으로 요구된다. 그 중에는 한국어를 포함 3개 국어 이상을 구사하는 직원도 심심찮다. 대표 메뉴인 ‘샤오룽바오(만두)’ 외에도 다양한 딤섬과 볶음밥이 연출해 해는 황홀한 맛의 향연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슐랭으로부터 3년 연속 최고등급을 부여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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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핀 스테이크.

 

왕핀(王品)은 타이완을 대표하는 스테이크 체인점이다. 럭셔리한 분위기, 깔끔한 서비스와 함께 엄청난 크기의 ‘스테이크’를 손님의 상에 내놓기로 유명하다. “왕핀 스테이크는 소갈비의 6번과 8번 부위를 이용하는데요. 그곳에서 얻어진 살점의 연한 부분을 채소가 베이스인 소스에 담가 둡니다. 그리고 이틀 후에 이를 꺼내 쪄 내는 방식으로 만들어 냅니다. 저희 스테이크가 원체 크다 보니 소 한 마리에 고작 6개가 만들어 지는데요 덧붙여 드릴 말씀은 스테이크는 서양식 요리입니다만 조리과정은 중국식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직접 보니 왕핀 스테이크는 실로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이것을 어찌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육질의 부드러움과 혀 끝을 자극하는 풍부한 향의 소스 덕분에 어렵지 않게 끝을 볼 수 있었다. 과연 200여 개의 직영 체인을 가진 대기업으로 성장할 만한 맛이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성공에는 과거 9번의 실패를 딛고 일어 선 오뚝이 정신이라는 배경이 있었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올바른 기업이념 역시 바탕이 되었다. 타이완인들은 이러한 왕핀 스테이크를 착한 회사라고 부른다. 잘되는 집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비슷한 역사, 우리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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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충렬사의 내부에 모셔진 위패들.

 

과거보다 관계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중국과는 일정한 선을 유지하는 타이완. 일본의 식민지였던 모습까지 우리와 닮았다. 충렬사는 항일운동과 국민혁명을 위해 싸우다 산화한 군인과 열사들의 영령을 모시고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현충원을 연상케 한다. 매시간마다 거행되는 위병식과 흡사 고궁 같은 내부가 볼만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인 국립고궁박물관은 어마어마한 유물들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소장품의 수만 무려 67만 7687점. 그것들의 예술적, 역사적 가치 또한 하나같이 대단해서 ‘중국이 원하는 것은 대만 땅이 아니라 바로 국립고궁박물관에 있는 유물들’ 이라는 농담이 생길 정도다. 기사의 서두에 잠시 언급한 것처럼 한국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타이페이의 움직임이 매우 빨라졌다. 올해 7월부터 10월말 까지는 한국인 자유여행자들을 위한 ‘樂 타이페이, Fun Taipei’라는 캠페인도 가졌다. 타이완을 찾는 한국여행자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점을(2009년 제외) 감안해 보면 달리는 말에 채찍질 하는 격이다. “지금에 만족하지 않아요. 우리가 진심으로 다가서면 더 많은 한국인이 찾아 올 것이리라 믿습니다. 또한 양국간 민간교류를 바탕으로 두 나라의 관계가 더욱 탄탄해 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라고 타이페이시 정부 관광전파국 국장인 ‘짜오 신 핑(趙心屛)’ 씨는 말했다. 그렇다 지금 타이완이 마음을 열고 우리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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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잘 꾸며진 고궁을 연상케 하는 타이페이 충렬사의 모습.

  

   

취재협조 / 타이페이시 정부 관광전파국, 어썸 크리에이티브(www.awesomecreative.co.kr, 02-544-0585)
 
원문 / 뚜르드몽드 (http://www.tourdemonde.com/) 141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