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타이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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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도시와의 조우, 타이난

 
무조건 뚝딱뚝딱 새로 짓는 건물 투성이인 도시들이 있다. 누구도 쫓아오지 못하게 더 높고 고급스럽게, 세련되고 번쩍이는 건물을 경쟁적으로 지어댄다. 이런 현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가속화됐다. 그러는 사이 도시들은 서로 비슷해져갔다. 여행자인 나는 그런 상황이 별로 달갑지 않다. 먼 타국까지 날아왔건만, 겉보기에 서울과 별다른 차이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타이완도 똑같다. 커다란 빌딩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 대도시 대신 타이완만의 온전한 향기를 풍겨줄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기대하던 낯선 타이완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길 바랐다. 그런 갈증에 목마를 때, 타이완의 가장 오래된 도시 타이난(Tainan, 臺南)을 만났다. 평소 품고 있던 여행의 이상(理想)에 정확하게 부합했다. 큼지막한 간판들이 도로 옆 하늘을 메운 시내. 주변을 둘러봐도 고층건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타이베이(Taipei, 臺北), 타이중(Taichung, 臺中), 가오슝(Kaohsiung, 高雄)과 함께 타이완에서 제법 큰 도시에 속하지만 사람들은 타이난을 ‘시골’이라 말했다. 골목 어귀마다 자리한 사원은 물론 집과 상점을 비롯해 경찰서, 소방서 등의 관공서도 100년 넘은 오래된 건물이 많다. 우리나라 경주를 떠오르게 할 만큼 타이난에도 유서 깊은 유적지가 꽤 많다. 타이난의 시간은 더디게 흘렀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았다. 예술가의 감각적인 실력이 돋보이는 벽화와 화랑, 카페와 펍, 소규모 호텔 등은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이른 아침, 음식을 파는 간이 차에 따뜻한 아침을 사러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였다(타이완은 외식 문화가 발달했다). 타이난의 이름난 성공대학교 앞으로는 학생들이 자전거 바퀴를 빠르게 굴리며 오갔다. 그 많은 사원에는 진심을 다해 신에게 기도하는 순수한 마음들이 있었다. 그들의 평범한 일상이었다. 나는 그런 타이난이 고마웠다. 상상으로 그리던 타이완을 만난 것만 같았다. 사실 타이난은 타이베이로 옮겨가기 전까지 타이완의 수도 구실을 했다. 타이완 중심에 서서 오랜 시간을 흘려보낸 덕분에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온 것.

 

역사는 평탄하지 않았다. 수세기 전, 타이완을 발견한 중국인들에 의해 건설됐고, 17세기 타이난을 찾아온 네덜란드와 그 네덜란드를 쫓아낸 명나라를 거쳐, 19세기말 제국주의 시대 일본 식민지까지, 여러 나라가 머물고 떠났다. 곳곳에 그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애잔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타이난은 참 밝다. 오래된 도시가 지닌 여유와 정이 이런 것일까. 아직까지 타이난을 여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 여행자의 대다수는 타이베이를 찍고, 지우펀(Jiufun, 九份)을 거쳐, 화롄(Hualian, 花蓮)으로 향하는 일정이다. 하지만 타이난이 끌린다면, 과감하게 남쪽으로 내려가자! 타이난을 가보지 않고서는 타이완에 대해 단언할 수 없다. 타이완은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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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무묘(祀典武廟)에서 진심을 다해 신에게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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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아버지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신농거리(神農老街)를 달리는 똘망똘망한 아이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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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평지구에 자리한 천후궁(天后宮) 입구에는 소원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패찰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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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신농 벽화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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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도 시내는 제법 한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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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농거리에서 마주한 범상치 않은 잡화점. 알고 보니 평범한 물건을 파는 동시에 점괘를 봐주는 점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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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사람들은 열심히 일한 대로 먹는 것만큼은 푸짐하게 즐기자는 주의다. 덕분에 화원야시장(花園夜市)에는 깜깜한 밤에도 시간을 잊은 채 야식을 맛보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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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림 녹색터널(紅樹林 綠色隧道) 옆에 자리한 사초대중사원(四草大衆廟). 한눈에 보기에도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취재 협조 / 타이완관광청 www.tourtaiwan.or.kr

원문 / 에이비로드 (http://www.abroad.co.kr) 163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