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깊숙이 걸었다. 구석구석 파고들어 누군가의 그림자를 밟지 않을 때까지. 눈부신 호텔도, 화려한 카지노도 자취를 감춘 마카오는 한없이 소소했다. 마카오에서는 조금 낯설 것 같던 ‘빈티지’란 말이 온전히 어울렸다. 또 다른 발견이었다. 이 도시에 주저 없이 빈티지를 부여한 이유. 막상 가보지 않았다면 상상하기 어려웠을 그 동네의 숨은 뒷골목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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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줄지은 명품 숍과 빠르게 회전하는 카지노, 거리를 비추는 형형색색 네온사인과 지칠 줄 모르고 펼쳐지는 각종 공연들. 우리가 상상하는 마카오의 모습은 대개 비슷하다. 심심할 틈 없이 놀고, 맛보고, 구경하는 엔터테인먼트 모음집 정도랄까. 마카오는 예상 그대로 눈부셨다. 압도적으로 큰 고급 호텔들이 자리를 메웠고, 하늘로 치솟을 듯한 수많은 빌딩들이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이곳은 물론이거니와 소문난 유적지도 모여든 여행자들로 붐볐다. 그 향락의 중심에서 보낸 시간이 즐겁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쳐갔다. 철저히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놀이’에 흥미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마카오라지만 좀 조용하고, 느긋하고, 편안한 시간도 필요한 법. 화려한 마카오의 이면이 궁금했다. 어디나 사람 냄새 나는, 사람 사는 곳은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처방전을 내렸다.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겠다는 결론이다. 주어진 것 대신 새로운 것을 찾아 골목을 거닐었다. 아주 천천히.

 

더 베네치안 마카오, 갤럭시 마카오 등 유명 호텔이 줄지은 거리에서 길 하나를 건너 타이파 빌리지(Taipa Village)로 건너간다. 본래 전형적인 시골이었지만 타이파 섬과 콜로안 섬 사이의 바다가 매립돼 코타이 스트립(Cotai Strip)이 등장하면서 인근에 호텔이 많이 들어섰다. 점점 더 상업화되고 있지만,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 사이에는 여전히 진한 사람 냄새가 배어 있었다. 16세기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아서인지 유럽의 클래식함을 간직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포르투갈어가 적혀 있는 몇몇 상점도 보인다. 골목 어귀에는 많은 오토바이가 일렬로 서 있었는데, 골목이 좁아 자동차보다 다니기 편한 오토바이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타이파 빌리지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아이들이다(주변에 학교가 많다). 뜨거운 햇볕 아래 공을 몰아 차는 남자애들이 어깨너머 뛰어다니고, 교복과 체육복을 섞어 입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떼를 지어 달려간다.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온 꼬마가 할머니에게 안겨 옹알이 인사를 하는 모습까지.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풍경이다.

 

마을 한켠에 자리한 호수에는 넓은 잎들이 바람에 서로 부딪치며 자연의 소리를 만든다. 어둠이 내리면 더 잔잔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들려온다. 마카오에서 절대 놓치기 아까운 예상 밖의 순간이었다. 버스를 타고 콜로안 섬 끝으로 향하면 타이파보다 더 평화로운 콜로안 빌리지(Coloan Village)를 만난다. 바닷물이 철렁철렁 소리치고, 새 지저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와 걷는 발걸음도 덩달아 경쾌하다. 바다를 곁에 둔 작은 어촌 마을로 1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만한 크기. 카지노와 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없도록 개발이 제한돼 예전 마카오의 모습을 뚜렷이 간직하고 있다. 무엇보다 어부들의 삶을 보여주는 중국식 수상가옥이 아직까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옥상에 널려 광합성 중인 생선들이 그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독특했던 것은 타이파 빌리지와 같이 상점과 집집마다 향을 피우고, 그 옆에 과일을 올려둔다는 점이다. 이는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도교적 관습으로, 집이나 가게에 귀신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 나쁜 기를 쫓는 마카오 사람들의 의식이라는 사실. 동네마다 있는 중국식 사원에 가면 나선형 향이 천장 가득 매달려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향을 피우면 소원이 하늘에 닿아 이루어진다고 믿는데, 좀 더 긴 시간 동안 향이 피어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에 오래 탈 수 있는 모양의 향을 매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 역시 만수향(萬壽香)이다. 어떨 때는 고요하기까지 한 마을이 이상하게 더 정겹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TV를 켜둔 채 단잠에 빠진 할아버지와 코끝을 자극하는 맛좋은 식사로 식구들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인정이 넘친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이 가득한 마을을 꼭 빼닮은 장면이다. 새삼 놀라웠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마카오의 소소함이 골목길 어귀마다 고스란히 깃들어 있었다. 한가롭고, 여유로웠다. 키 낮은 집들은 낡았지만 클래식했다. 마카오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단어가 떠올랐다. 바로 ‘빈티지(Vintage)’다. 단순히 오래되고 낡았다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빈티지하다’는 것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고유의 스타일을 간직한다는 뜻. 그 존재는 시간이 흐른 현대에 와서 새로운 가치로 인정받는다. 더욱 고급스럽고, 세련되고, 럭셔리한 세상이 될수록 그 반대편에 있는 빈티지함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그들의 빈티지함은 어느새 여행 곳곳에도 스며들었다.

 

인위적으로 반짝이는 것보다 골목을 비추는 햇살이 더 눈부셨다. 동네 주민들과 서툰 말로 인사를 나누고,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엿보는 공간. 마치 선을 그은 듯한 상반된 모습이 공존하는 마카오를 보니, 그 매력에 더 빠져들었다. 절대적인 여행법은 없다. 내가 궁금하고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난다면 정해진 루트를 따라갈 필요도 없다. 마카오에서 찾은 빈티지 여행. 어디까지나 여행의 해답은 당신에게 있다.
 

 
찾아가는 법


타이파 빌리지

세나도 광장에서 버스 26A를 타고 Estrada da Baía N.S. Esperança/ Mangal에서 하차. 틴하우 사원으로 갈 경우 버스 28A, 33을 이용한다. 또는 시티 오브 드림에서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더 베네치안 마카오에서 걸어가면 약 15분 소요된다.


콜로안 빌리지
세나도 광장에서 콜로안행 버스 21A, 26A를 이용해 Vila de Coloane-1에서 하차. 약 30분 소요된다.

  

 

 

 

 

홈페이지 터보젯 www.turbojet.com.hk, 코타이 스트립 코타이젯 www.cotaijet.com.mo, 퍼스트 페리 www.nwff.com.hk

 

 

 
 
원문 / 에이비로드 (http://www.abroad.co.kr/) 143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