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랏(Trat)은 꼬창으로 들어가는 관문 도시이자, 캄보디아와 태국 사이의 꼬꽁-핫렉 국경을 넘어서 태국 내의 방콕, 파따야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반드시 통과하게 되는 경유 도시이다. 작은 도시이기는 하지만 공항도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푸켓이나 치앙마이 등 태국 내의 다른 도시로 비행기편으로 연결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뜨랏 자체에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외국 여행자들은 이곳에 머무르기보다는 단지 태국 내의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위한 경유지로만 이용하는게 보통이다.

 

그러나 난 원래 유명한 관광지 못지 않게 이렇게 이름없는 한적한 도시의 거리를 구석구석 누비면서 그곳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또 꼬꽁-핫렉 국경을 넘어서 곧바로 방콕으로 이동하려면 몸도 피곤할 뿐만 아니라 방콕에 너무 늦게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방콕에 도착해서도 호텔에 들어가서 씻고 자는 일 이외에는 할 일이 없게 된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일에 아까운 하루를 다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여행은 내가 원하는 여행이 아닌지라, 난 캄보디아 꼬꽁에서 아침을 먹고 일찍 출발하여 뜨랏에 점심때쯤 도착해서 이곳에서 일박을 하면서 뜨랏 시내 이곳저곳을 구경한 다음 그 다음날 오전 방콕으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핫렉에서 탄 미니버스는 뜨랏 터미날에 도착해서 모든 승객을 내려주고 나보고도 종점이니 내리라고 한다. 내가 뜨랏 시내에서 일박할 거라고 하니까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터미날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내 중심에서 날 내려준다. 근처에 있는 경찰 부스 안에 있는 경찰에게 여행자 숙소 밀집 지역이 있냐고 물었더니 손짓으로 대충 방향을 알려준다. 큰 캐리어를 끌면서 그 방향으로 가던 중 마침 파랑눈의 아가씨 두 명이 눈에 띈다. 못 생겼어도 아쉬운 김에 말을 걸었을텐데 외모까지도 어느정도 받쳐준다. 오스트리아 아가씨들이었는데, 다음날 치앙마이로 떠난다고 했다. 근처에 묵을만한 숙소가 있냐고 물었더니 좋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싸고 그냥 지낼만 하다고 한다. 1박에150밧(약 6,000원). 가격 참 착하다. 그런데 팬룸에 공동 욕실 사용이랜다. 공동 욕실 사용하는 숙소는 불편한 점이 많아서 기피하는 편이지만, 어차피 하루 묵을거고 저녁 때 이 아가씨들이랑 맥주 한잔 같이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그곳에 투숙하기로 결정하고 이 아가씨들 뒤를 졸래졸래 따라갔다. 아가씨들도 참 친절해서 내 캐리어도 자기들이 대신 끌어주면서 앞장을 섰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뜨랏의 여행자 거리. 말이 여행자 거리이지 방콕의 카오산이나 베트남의 데땀 거리를 생각하면 물론 큰 오산이다. 작고 좁은 골목 하나에 그저 싸구려 게스트하우스가 몇개 모여있는 정도. 그녀들이 안내준 숙소는 Pop Guesthouse라는 게스트하우스였는데 그 골목의 초입에 있었고 레스토랑도 겸하고 있었다. 리셉션을 겸하고 있는 그 레스토랑에서 체크인을 하고 있는데, 내가 한국인임을 알고는 숙소 여주인이 옆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던 한 청년을 가리킨다. 한국인이란다. 뜻하지 않았던 곳에서 같은 동포를 만난 반가운 마음에서 여행 정보도 얻을 겸해서 내가 그에게 차 한잔 사겠노라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에서 사업에 실패한 뒤 동남아 여러 나라를 장기 여행 중인데, 아무도 아는 이 없는 이곳 트랏에서 조용히 며칠 지내기 위해 왔다고 했다. 그와 이런 저런 얘기들 나누던 중에 그가 준 팁 하나.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귀청소 해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날씬하고 예쁘장한 아가씨가 귀를 아주 시원하게 잘 파준다고 꼭 한번 해보란다. 그러면서 그곳에서 일하는 뚱땡이 아줌마는 불친절하고 서비스도 좋지 않으니까 꼭 피하라고 덧붙인다^^.

 

그와의 대화를 마치고, 숙소에서 얻은 뜨랏의 대략적인 지도(자세한 지도가 아니고 숙소에서 개략적으로 만든 약도)를 한장 얻어가지고 혼자서 뜨랏 시내 구경에 나섰다.

 

동선은 일단 숙소부터 시내 외곽에 있는 트랏 버스터미닐까지 왕복하는 것으로 잡았다. 걸어보니 편도 30분, 왕복 한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였다. 그정도면 뜨랏의 중심가는 한번 돌아볼 수 있을만큼 뜨랏은 작은 도시였다. 물론 이면 도로 구석구석까지 자세히 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 그럼 이제부터 사진으로 뜨랏 시내 중심가를 구경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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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뜨랏에서 제법 규모가 큰 뜨랏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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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스쿠터를 타고 병원 밖을 나오는 간호사를 발견하고 셔터를 누른다. 간호사 복장을 정식으로 차려입고 스쿠터를 타고 귀가(또는 외출?)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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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뜨랏에서 한때 최고(?)의 백화점으로 명성을 떨쳤던 뜨랏백화점이다. 말이 백화점이지 BigC와 같은 대형매장이랑 비교하면 구멍가게나 다름없다. 지금은 터미날 근처에 생긴 Tesco Lotus라는 대형매장에 밀려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대략 한 시간 정도 뜨랏 시내를 구경한 다음, 더위와 걷느라고 지친 몸을 휴식도 시킬 겸해서 아까 숙소에서 만났던 한국인 청년이 귀뜸해준 귀청소를 받으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귀청소 해주는 아가씨가 예쁘고 서비스도 좋다고 하니 기대감에 살짝 맘이 설레기도 했다. 저 뜨랏백화점 뒷길로 가서 절을 지나서....그 청년이 약도 위에 표시해준 곳을 찾아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드디어 그 헤어샵에 도착했다. 그런데....그 날씬하고 예쁜 아가씨는 이미 다른 손님의 귀를 열심히 파고 있는 중이었고, 그 옆에 동그란 의자에 팔짱을 낀 자세로 무료한 듯 앉아있는 사람은 그 청년이 기피인물로 지목한 바로 그 뚱땡이 아줌마였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무료한듯 앉아있던 그 뚱땡이 아줌마도 창밖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갑자기 환한 얼굴 표정으로 나를 향해 미소를 날린다.  으악..... 난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뻔한 걸 꾹 참고, 손님으로 찾아온 것이 아니라 그냥 길가던 나그네인것처럼 얼른 시선을 맞은 편 가게 쪽으로 돌려버렸다. 마음 속으로는 귀청소 받는걸 포기하고 그냥 약도에 표시된 호수 구경이나 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때 맞은 편 가게의 아주머니가 도와줄 일 있냐고 말을 건넨다. 그 아주머니가 보기에 엉거주춤한 내 태도가 길을 못찾아서 헤매고 있는 것으로 보인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자기 남편이 영어를 잘한다고 하면서 남편을 큰소리로 불렀다.아주머니가 찾는 소리에 방에서 나온 아저씨는 꽤 나이가 드신 분이었는데 어느 정도 영어로 의사 전달이 가능했다. 내가 호수를 찾는다고 하니까 아저씨는 호수 가는 길을 나에게 친절하게 가르쳐주셨다. 나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영어를 참 잘 하신다는 칭찬을 해드렸다. 아내 앞에서 어깨가 으쓱해진 아저씨가 밝은 표정을 지었고, 아주머니는 그 옆에서 어려움에 처한 한 외국인을 도와줬다는 뿌뜻함과 자랑스러운 남편을 두었다는 행복함으로 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친절한 노부부가 가르쳐준 방향으로 난 호수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숙소에서 준 약도는 정식 지도가 아니라서 축적도 표시되어 있지 않았고, 심지어 호수 이름도 적혀있지 않았다. 다만 영어로 'lake'라는 표시 뒤에 괄호 속에 'sunset'이라는 단어를 병기한 것으로 추측해볼 때, 일몰이 볼만한 호수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호수는 지도에 표시된 것보다는 약간 멀었다. 그 노부부의 가게에서 족히 20분 이상은 더 걸었던 것 같다. 도중에 몇몇 사람에게 이 길이 호수 가는 길 맞냐고 몇차례 더 물어봐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도착한 그 이름 모를 호수! 그 호수는 인적이 드문 외진 곳에 홀로 자리잡고 있어서 무척이나 쓸쓸해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꽤 넓어서 보는 이의 마음을 탁 트이게 하는 그런대로 아름다운 호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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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수에서 난 그곳까지 걸어오느라고 더위에 지친 몸도 쉴 겸, 이곳이 석양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지도에 표시되어 있으니까 일몰을 보고 가리라고 마음먹고 해가 지기를 한참동안 기다리면서 호수 주변을 산책했다.

 

드디어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름도 모르는 호수지만 이곳의 석양만큼은 그 유명한 캄보디아 씨엠립의 프놈바껭(Phnom Bahkeng) 산정에서 바라본 석양 못지 않게 아름다웠다. 기다린 보람이 있어서 이곳에서 몇장의 좋은 일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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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