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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시원한 후르츠 펀치를 단 숨에 들이켜는 느낌이랄까?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느끼기 위해 태국 중부에 위치한 섬인 꼬 사멧Koh Samet , 꼬 창Koh Chang 과 방콕에서 4시간 거리에 있는 라용Rayong 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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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어떤 유적지나 관광지를 찾아 열심히 발품을 파는 여행에서 벗어나 그저 수영복과 바다만 있으면 좋을 진정한 휴식을 즐기고 왔다. 달콤한 과즙이 팡팡 터지는 과일에 취하고 아름다운 섬의 풍경과 푸른 바다에 눈이 멀고 직접 요리를 배우고싶 다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만든 천상의 음식이 있는 곳. 이곳이 바로 모든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파라다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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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에 탐닉하고, 해변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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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4시간을 달리면 나오는 라용. 솔직히 아무 정보 없이 간다면 다소 당황할 수도 있는 곳이다. 태국의 유명 휴양지에 비해 그닥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사람들이 북적거리지도 않은 한적한 시골 같은 분위기. 하지만 라용에는 정말 엄청난 것이 숨어있었다. 태국을 후르츠 칵테일로 푹 젖게 만들 만한 과일의 대향연에 빠지다 보면 그 향기와 달콤한 맛에 취해 별이 바로 코 앞으로 내려오는 해변가에서 정신을 잃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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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번 커버 스토리를 기획하는데 큰 영향을 준 것은 바로 라용이다. 수많은 출장을 다니면서 계획된 스케줄에 따라 자주 옮겨 다닐 때가 많아 마음 한 구석에 자유에 대한 갈망이 베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는 정말 일과 휴식을 병행하고자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 휴양천국’의 테마를 잡고 라용으로 향했다.

 

라용을 선택한 이유는 꼬 사멧 으로 가는 반 페Ban Phe 선착장이 가까이 있고 요즘 떠오르는 최고의 휴양지인 꼬 창으로 이동하기 편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은 태국을 50번도 넘게 다녀 온 모 후배의 말에 더 깊은 영향을 받은 것이 솔직한 이유였다.

“선배님, 라용은 추억이 가득한 곳입니다. 해변에서 바다로 길게 뻗은 다리 위에 벤치가 놓여 있습니다. 밤이 되면 그 벤치에 앉아 바로 머리까지 내려오는 별을 바라보며 해변에서 누군가 연주하는 기타소리를 듣다 보면 모든 시름을 놓아 버릴 수 있는 곳이지요.”

그 후로 라용에 대한 짙은 그리움에 빠졌고 그 마음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해야겠다는 사명감에 마침내 라용으로 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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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완나품 국제공항에 자정이 다 돼서야 도착했다. 숙소인 호텔까지는 택시를 이용해야 했기에 공항 내의 택시 예약 인포메이션에 들러 호텔 이름을 불러주니 친절하게 계산기에 비용을 눌러준다.

 

물론 한 번에 OK를 외쳐서는 안 된다. 두 번까지는 너무 비싸다고 해야 계산기에 그 금액의 반이 눌러진다. 관광을 온 외국인들은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돈을 더 받아도 된다는 인식이 보편적인 듯. 예약 담당이었던 통통한 태국 아가씨~ 사진기자의 애교에 기분 좋게 웃으며 반값으로 OK하는데 참으로 택시비 흥정하는 맛이 재미나다. 택시를 타기 위해 공항을 나서는 순간 30도를 넘나드는 습한 날씨가 귓불에 입김을 ‘후욱’ 불며 반긴다. 거기다 비까지 내린다. 공항에서 택시로 30분 거리의 방나Bangna 지역에 있는 4성급 호텔 듀짓 프린세스 스리나카린Dusit Princess Srinakarin 에 도착.

 

잠만 청하기에 아까운 호텔이지만 어쩌겠는가?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에 그냥 잠만 자기는 억울해 빗속을 뚫고 요기를 위해 나섰다. 세븐일레븐 편의점 간판이 쉽게 눈에 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는 술을 팔지 않는 것과 즉석음식을 편의점 안에서 먹을 수 없는 것만 빼고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즉석음식을 데워서 편의점 바로 앞에 놓여 있는 간이 의자에 앉아 뜨거운 국수를 후루룩 불어대며 먹었다. 후텁지근한 날씨가 비까지 내리니 땅의 열기가 그대로 올라온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여전히 라용에 대한 설렘이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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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이 더 많이 찾는
라용(Ra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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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람풍 해변Mae Ramphung Beach


라용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 먼저 한국어 문법만 열심히 배웠다는 태국인 가이드 민트로부터 들은 라용에 대한 간단한 소개부터 하고 여행을 시작해야겠다. 라용은 외국인 관광객 보다는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100㎞에 이르는 아름답고 긴 백사장이 아름다운 곳이다. 라용이 인기 있는 이유는 바로 시내에서 25km 떨어진 곳에 있는 꼬싸멧Koh Samed , 무 꼬 만Mu Koh Man 등 아름다운 섬으로 갈 수 있는 반 페Ban Phe 선착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풍부한 씨푸드와 두리안, 망고스틴과 같은 열대과일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과일농장도 볼 수 있으며 매해 5월에 ‘라용 과일 페스티벌’도 개최하고 있다. 솔직히 과일을 잘 먹지 않는 기자 이기에 과일의 천국이라는 말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오로지 아름다운 해변만 보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있었을 뿐... 방나Bangna 에서 4시간을 미니버스로 라용을 향해 달리는 동안 비가 오락가락 한다. 6월부터 9월까지 우기인 관계로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비해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스케줄이 우기에 잡힌 걸 어쩌랴. 4시간 동안 도로를 달리다 보니 자동차 번호판에 숫자 ‘9’가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우리가 행운의 숫자 ‘7’을 좋아하듯이 태국인들 에게는 ‘9’라는 숫자가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하는데 이는 발음과 연관이 있단다.

 

9를 ‘까오’라고 발음하는데 태국의 단어 중에 ‘발전하다’는 뜻을 가진‘까오나’라는 단어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발전지향적인 단어의 특성상 숫자 9를 신봉하며 자동차번호판이나 전화번호, 상표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럼 싫어하는 숫자는? 바로 ‘6’이란다. 역시 태국 단어 중에 ‘넘어지다’라는 뜻을 가진 ‘혹롬’이라는 단어가 있으며 숫자 ‘6’은 ‘혹’이라고 발음한다. 이런 이유로 숫자 ‘6’은 실패나 불행을 뜻하기 때문에 가급적 피한단다. 지난 밤에 투숙했던 사진기자의 룸 넘버가 444여서 기분이 섬찟했다는데 태국에서는 별로 의미없는 숫자라 해도 우리에게는 정말 공포스러운 숫자가 아닌가? 숫자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 새 매 람풍Mae Ramphung 해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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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반타퐁Ban Tapong 과 반 콘 아우Ban Kon Aow 사이에 있는 라용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알려져있다. 외국인 관광객 보다는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어서 그런지 우리가 찾은 평일에는 사람이 너무 없어서 다소 당황했다. 게다가 백사장이 총 10km나 되는 상당한 규모인지라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다 보니 더 황량하기 그지 없었다. 매Mae 는 ‘엄마’를, 람풍Ramphung 은 ‘생각’이라는 뜻으로 엄마생각 나는 해변이라 생각하니 왠지 가슴이 찡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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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민트에 의하면 밀물과 썰물 차가 너무 커서 수영하기에는 좀 힘들지만 현지 대학생들이 주말이면 많이 찾아와 즉석 소개팅도 할 정도라니 평일에 온 것이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민트 역시 이 곳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는 말에 강한 신뢰감(?)이 느껴진다. 초승달 모양의 매 람풍 해변에는 바닷가 쪽으로 목조 다리가 나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해풍과 비에 깎여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지만 이 목조 다리에서 낚시를 하거나 낭만적인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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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풍족하지 않은 현지 젊은이들 또는 가족들의 휴양지인 탓에 해변가를 중심으로 방갈로나 저가의 호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각종 해산물을 요리해서 파는 간이 식당들의 주인들은 파리를 내쫓으며 한가로이 타일랜드 걸프를 바라보고 있다. 한가한 평일에 낯선 동양인 둘이 나타나니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관심을 갖던 고양이와 개가 이내 시큰둥한 표정으로 잠을 청한다. 이 해변가를 따라 걷다 보면 바로 최고의 수질을 자랑하는 라용 리조트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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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정부관광청(wwwvisitthailand.or.kr), 제주항공(www.jejuair.net)

 

< 원문 / 뚜르드몽드 (http://www.tourdemond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