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가야 할 쿠바 여행지 5선

뿌리다와 탕탕의 여행 중(15)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롤링 스톤즈가 쿠바 땅을 밟았다. 쿠바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감동 어린 역사의 현장에서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연간 약 1,000만명의 미국인이 쿠바를 방문할 거란 예상이 쏟아졌다. 쿠바 관광 산업에 잭팟이 터진 셈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이대로 관광의 성지로 ‘전락’해버리면 어쩐다? 빈티지 건물을 허물고 체인 호텔과 스타벅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진 않을까? 벽마다 도배된 그 많던 혁명 슬로건도 몽땅 사라지는 건 아닐까? 거리의 낭만, ‘올드카’는 관광용으로만 남지 않을까? 쿠바는 더 늦기 전에 가야 할 지구상의 가장 첫번째 여행지인지도 모르겠다. 가장 쿠바다운 여행지 5곳을 소개한다. 
 
 
①쿠바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만 모아놓은 곳, 트리니다드(Trinidad)

자, 1850년대로 가는 타임머신에 탑승한다. “따가닥 따가닥” 조약돌을 밟는 말발굽 소리에 잠에서 깨고, “빵이요(El pan)! 빵 사세요!” 빵 장수의 목청에 귀가 간지럽다. 팔레트의 물감을 죄다 풀어놓은 파스텔톤 집과 시간의 때가 켜켜이 쌓인 콜로니얼(식민지시대) 건축물. 그 사이사이 골목 산책은 흐드러지게 핀 차코니아 꽃나무 아래로 이어진다. 아, 19세기로 유괴당한 동심의 세계여라! 바람만 불어도 웃음이 자지러지는 낙천적인 쿠바인이 바로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 지난 1988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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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다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8월 말에 만개한다는 이유로 국화(國花)가 된 차코니아(Chaconia)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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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가 길어지는 해질녘이면, 반자동적으로 옥탑 바(bar)나 마요르 광장의 오픈 바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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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쿠바의 영혼들이 거리를 점령한다. 90대 할머니가 댄싱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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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많을 땐 터미널에서 그를 찾아주세요. 시를 짓는 짐수레꾼,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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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코니아 나무 그늘 아래 서면 모두의 발이 꽃신이 된다. 마법이 열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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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다드 최고의 장단은 당나귀 말발굽과 조약돌의 마찰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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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성애자’를 자극하는 도시. 대부분 박물관이나 잘나가는 바는 옥상을 꿰차고 있다.

 

②우린 아무 것도 아니었을까, 카요 후티아스(Cayo Jutias)

변변한 인상을 주지 않는 피나르 델 리오(Pinar del Rio)에서 방점을 찍는 무결점 해변. 카요 후티아스에선 하늘과 나, 혹은 바다와 나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이곳에서 뭔가를 해야 한다면 걸어봤자 3km의 백사장에 맨발이 사로잡히거나, 독식 중인 딱 한군데의 레스토랑에서 쿠바 리브레(럼을 베이스로 만든 칵테일)를 들이키는 일뿐. 밀물도 썰물도 사라진 온천 같은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노라면, 이대로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하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쥐구멍으로 숨어버리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이곳으로 진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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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찰랑 세상의 시름 따위 이곳에 흘려 보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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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는 언젠가 거리 통행세도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어딜 가나 입장료가 필수다. 현지인은 5모네다 내쇼날(1mn=50원), 외국인은 5세우세(1cuc=1,200원). 호적 파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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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초입의 갯벌에서 갓 잡아낸 전투적인 자태의 바닷게. 택시 기사가 약 10분간 잡은 게가 한 포대. 부수입이 더 쏠쏠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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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상에 없는 점 같은 해변. 그 ‘넘사벽’의 바다를 조망하는 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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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을 용해한 듯한 카리브 해, 죽은 나무는 기꺼이 설치 미술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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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안다. 짠맛 나는 호수에서 온천을 즐기는 반전의 매력.

 
 
③원초적인 것보다 더 원초적인, 비날레스(Vinales)

‘옛날 옛적에…’를 모든 이야기에 서두로 둔 21세기 ‘날 것’의 마을. 1억년 전 석회암으로 뒤덮인 바닷속 지대가 낙타 등처럼 솟아오른 전설의 계곡이 실제로 존재한다. 태곳적 아름다움은 짙은 녹음에 포위된 단층집의 ‘깡촌’으로도 이어진다. 야심작이라면 역시 예술혼의 담뱃잎 농장. 전 세계 마초가 피우는 최고급 시가는 대부분 이곳에서 탄생한다. 물질문명 시대와 제대로 이별한 쿠바의 클래식한 멋에 빠져볼 것. 뉴욕타임스의 ‘2016년 추천여행지 10선’에 선정되었으니, 짐 꾸리는데 모터를 달 필요가 더 생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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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날레스의 풍경 깡패 비날레스 계곡. 눈은 풍광에 몸은 소용돌이치는 바람에 사로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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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함부로 음식을 들고 다니면 동네 똥개를 몰고 다니는 반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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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서 4월까지 건기에도 폭우가 쏟아지다가 화창해지는 등 날씨가 변덕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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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쿠바 최고급 시가를 만드는데 필요한 도구는 가위와 손. 100% 수공예 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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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 카스트로의 명령으로 원주민의 흔적을 그린 120mx180m의 ‘선사시대 벽화(Mural de la prehistoria). 이것이 동네의 대단한 자랑거리일 정도로 비날레스는 순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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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히또 가서 쿠바 한잔 어때? 동네 바에서 모히토는 1.65세우세(약 1,980원).



④거지 옷을 입은 왕자, 산티아고 데 쿠바(Santiago de Cuba)

어느 가이드북에선 쿠바를 ‘거지 옷을 입은 왕자’ 같다고 비유했다. 쿠바 제2의 도시가 딱 그렇다. 그만큼 야누스의 얼굴을 지녔다. 겉으론 불쾌지수가 높을 일이 많다. 아바나만큼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동네 ‘흑형’과의 마찰은 불가피하며, 중앙공원에 앉아 있으면 매연 탓에 급성 폐렴을 얻을지도 모른다. 반면,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소속 뮤지션을 배출한 문화적 뿌리를 자랑하듯 대낮에도 노상 댄스의 황홀경을 맛본다. 이곳처럼 자연과 도시, 해양의 삼중주를 탑재한 도시는 쿠바 어디에도 없다. 결국 호불호가 갈린다. 위험하면서도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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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들고서 환영한다고? 근육남과 사기꾼은 도시의 숙명 같은 존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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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해적으로부터 도시를 지키던 요새(Castillo de San Pedro de la Roca)에서 바라본 만(灣). 시내로부터 10km 떨어졌을 뿐인데 지구에 처음 당도한 인류가 된 착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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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창과 널찍한 발코니가 있는 집들이 이어지는 오르락내리락 언덕길. 매캐한 연기는 여행자가 마셔야 할 산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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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를 여행하는 동안 누구도 강렬한 색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


 
⑤소박한 어촌 마을의 역습, 히바라(Gibara)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이곳에 닻을 내리자마자 말했다.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땅이로구나.” 쿠바 속 쿠바, 히바라다. 쿠바에서 긴급 격리된 듯한 이곳은 그 흔한 혁명 슬로건도, 인터넷도, 히네테로(외국인 상대의 ‘삐끼’)도 없다. 올드카 대신 투박한 마차가 모래 바람을 일으키고, 바람과 파도에 따라 야자수가 요염하게 춤을 춘다. 두 차례에 걸친 허리케인이 이곳을 쓸어버린 후 소박하고 담백한 멋만 남았다. 매년 4월이면 고요한 히바라도 무도회장으로 돌변한다. 필름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그보단 애프터 파티가 끝내준다는 소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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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긴이란 도시와 히바라를 중매하는 것도 역시 올드카. 1시간여 동안 경주용 차처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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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바라처럼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지만 변해버리는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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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라를 요점 정리한 듯한 동네 이발소. 단정하고 담백하고 살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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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먹어볼래?” 사기가 아닌 친절로 무장한 동네 주민의 환대에 입 꼬리가 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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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바라는 오를수록 바람이 멈추는 평화가 찾아온다. 길이 곧 전망대가 되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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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용이 아닌 내국용 시가를 생산하는 공장이 시내 한가운데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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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에서 17km 정도 비포장도로를 달리면 야성적인 칼레토네스 해변(Playa de Caletones)이 수영을 부른다.

 
 
 
원문 / 강미승 여행칼럼니스트 frideameetssomeone@gmail.com